과 레지멘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넥타이 차림에 검은 테 안경을 낀 키가 큰 사내였다. 공무원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화이트칼라의 분위기와 동시에 어딘가 학자 같은 인상도 느껴졌다. 오른손으로 의자를 권하는 사내의 몸짓에 따라 맞은 편 창가 자리에 앉자, 즉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수건과 가죽 장정 메뉴가 나왔다. "자자, 마음대로 주문하세요.” 사내의 목소리에 떠밀리듯이 메뉴를 열어보고, 시선을 떨어 뜨린, 시노는 아연실색했다. 샌드위치와 파스타 같은 경양식은 물론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네 자리 숫자가 적혀 있었다. 시노는 얼어붙었지만, 옆자리에서 키리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정말 가차 없이 시켜도 돼. 어차피 국민의 혈세로 지불하는 돈이니까.” 흘끔 시선을 들자, 안경을 낀 사내도 방글방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이거, 레어 치즈 케이크 크램베리 소스……랑 얼그레이.” 우와악합계이천이백엔―내심 창백해지며 시노가 주문을 하자, “그럼 난 사과 시부스트랑 몽블랑이랑 에스프레소.” 옆에서 키리토가 무시무시한 주문을 했다. 합계 얼마인지는 상상조차 두려웠다. 웨이터가 깊이 허리를 꺾어 인사한 후 멀어지자，안경 사내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검은 가죽 축구토토17회차케이스를 꺼내더니, 명함 한 장을 꺼내 시노에게 내밀었다.
